문득 세상은 어느 하나에 몰입한 사람이 변화시킨다는 생각을 했다. ECM, 어느 라디오에서 무심히 흘러나온 문장 속에서 발견한 친숙한 이름 그리고 '전시회'라는 단어. 운전 중이었고, 잊지 않으려 라디오를 끄고 계속 되뇌-이-었다. '꼭 가야지'.
나의 게으른 기억이 늦 가을 낙옆처럼 쉽게 먼지가 되려할 때, 동료의 추천 '좋아하실 거예요'으로 '아! 아직 못 가봤구나' 깨달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놓친 것들이 어디 하나 둘이랴.
그래서 '꼭 가야지' 다짐이 있었던 날로부터 (적어도) 한 달 뒤인 어느 휴일 아라아트센터에 ECM 전시회를 보러 - 들으러 - 갔다.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展
많이 행복했고, 열 밤을 자고 난 뒤 아빠 손에 매달려 처음 동물원이라는 곳을 가게 된 아이처럼 큰 눈과 맑은 미소를 얻게 되었다. 설명하면 뭐 하랴, ECM 레이블에 한 번이라도 마음을 빼앗겨 보았다면 저기는 좋은 시간이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난 항상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내 방에서 찾아내지 못 했던, Chick Corea의 Return to Forever도 살 수 있었어 흥분했으며, Sound and Silence 블루레이 디스크도 기쁜 마음에 사서 왔다.
한 사람의 열정과 몰입에서 완성되는 가치가 세상을 이렇게 바꾸기도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였다.
인사동을 인간 통조림으로 만든 예의없는 사람들의 거침없는 어깨 부딛힘도 용서할 수 있었고, 맛집이라고 찾아간 곳은 위생과 친절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 하는 사람들의 소굴이라는 것에도 분노하지 않을 수 있었고, 집에서 아라아트센터까지 왕복 다섯시간이 걸렸음에도 하루가 복되게 느껴진 건 ECM을 만날 수 있어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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