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이나 지난 드라마를 계속 보고 있다.
하우스는 내 기억 속의 하우스보다 평범했고 현명했고 매력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하우스와 비슷해 졌다. 나도 지팡이 하나를 가지고 다니며 자발적이진 않지만 상당량의 약을 집어 삼키고 있고 성격도 다소 냉소적이게 되었다. 이제 알게 된 건데, 극 중에는 내가 겪고 있는 병의 진단명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내가 받은 검사는 위험한 것으로 취급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역시 자신의 경우가 아니면 어떤 것이라도 듣고 봐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사람은 그래서 순수하게 이기적인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하우스의 말과 행동에 공감되는 것이 많다는 것에 매우 놀라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는 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찌질하고 못 났는데, 거기에다 껍데기만 남은 자존심을 부여잡고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부각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군다나 나는 하우스와 나이가 엇비슷해 져버렸는데, 난 하우스 만큼의 성취를 이루지 못 했고, 괴팍함을 감싸 줄 만큼의 명성도 얻지 못 했다. 게다가 이제 나에게는 이전과는 다름 셈으로 나에게 남은 시간을 가늠해야 하는 것에도 뭔가 입 안에서 쓴맛이 난다. 제길.
그래서, 그 나이 때문에 혹은 남아 있는 세월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에, 이십 여년 전에는 극중 젊은 의사들에게 공감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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