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없는 집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 옆 집이 10원에 집을 세 놓는다고 옆에 있다고 같이 10원에 세 놓는 집. 대체로 이런 집은 5원도 아깝지만,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집 주인들의 단합이라함은.
- 밖에 내어 놓아도 아무도 집어가지 아니할 것들을 가득 채우고 '풀옵션'이라고 말하는 집. 차라리 들어가 있는 거 폐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남향이라고, 이런 집은 찾기 어렵다고, 그래서 조금 비싼 거 뿐이라고 - 하지만, 남쪽으로 내어진 창의 크기는 20인치 모니터 두 개의 크기로 모두 가릴 수 있었다.
- 주차 가능 - 집 앞 도로가 주차장인지 난 몰랐다. 설마라는 나의 반응은 '왜 그러삼?'이라는 쌩뚱맞은 표정에 짓눌려져 버렸다. 사실 이 정도는 양호했다. 다른 집은 집 뒤에 있는 옹벽 밑에 주차하면 된다고 했다. 옹벽 아래에는 조금 전까지 굴러 떨어진 듯 보이는 흙과 돌맹이들이 적잖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옹벽 밑에 주차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을까?
- 깨끗한 신축. 지반 침하가 계속되어 집이 내려앉고 있었다. 나 건축과 나왔다. 그 침하로 세로 크랙이 깊게 생기는 것이었고,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것이었다. 깨끗한 신축 맞았다. 준공한지 1년도 안되었다.
이사 준비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나 봅니다.
ReplyDelete지상의 방 한 칸. 여기에 우리나라의 수준이 다 들어있다니까요.
근데 사람처럼 집도..
나와 인연이 될만한 건 한 눈에 느낌이 오는듯. :)
천안나들이라도 하셨나보군요. ^^; '양심없는 집, 혼란스러운 도시'가 과거의 대한민국이자 현재의 대한민국 그 자체가 아닐까요? 미래의 대한민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더 암담할 따름이죠. 서울도 그렇겠지만, 지방에서 특정지역을 벗어나서 뭔가를 바란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그래도 살만한 집은 구하실 수 있을꺼예요. 옮기시는 직장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부동이나 쌍용동이 천안에선 그나마 괜찮은 동네라고 하더군요.
ReplyDelete양심과 비양심 사이를 줄기찬 발품 팔기로 해쳐나왔답니다. :)
ReplyDelete천안은 포기하고 지도를 펴고, 공사중인 도로를 제거하고 이동거리와 시간을 고려하여 천안에 사는 것과 그다지 차이없는 심리적 거리에서 살 곳을 찾았답니다.
행정구역은 아산이더군요.
행정구역 하나 틀려지는데, 양심이 살아나더랍니다.
물론, 좀 더 살아봐야 하겠지만 말이죠.
쌍용동은 지금 연필과 종이를 손에 쥐면 지도도 그릴 수 있을 거 같아요 ~
이런 비양심과 양심의 경계에서 심심한 좌절을 수시로 겪는 건 한국적 상황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을 야기시키는 건 사소하고 가볍지면 무시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 듯 합니다. 다만, 이 땅에서는 조금 더 치사할 뿐이죠.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