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없애고 四海를 둘러 모두 동포라 불러도 모자랄 시대에 이 땅의 사람들은 민족주의에 심취해 있다.
프로축구 구단 수를 알기는 커녕 리그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국가'를 대표하여 선수들이 나오면 반즈음 미쳐 돌아다닌다. 다른 모든 경기를 지더라도 일본은 반드시 이겨야 하며, 중국과의 경기는 모든 것을 접고 그들을 바보로 조롱하기를 서슴치 않는다. 북한을 동정할지언정 미국은 절대 惡으로 규정해야 성질이 어느 정도 풀린다. 경기 중에 나온 판정이 아무리 잘 못 되었다 하여도, 우리에게 유리하면 용납이 가능한 것- 스포츠의 진미, 운영의 묘라고들 하더라 -이지만, 그렇지 아니하면 침을 튀기며 하루종일 1년치 욕을 해버린다.
냉정과 이성은 장롱 속에 모셔두고 '우리끼리'로 무장하여 모든 사물과 현상을 판단한다. 너무도 오래되어 냄새가 심하게 나는 민족주의적 성향이다. 이러한 가운데 옳은 이야기라 하여도 대세에 거스르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설령 그른 말이 된다고 하여도 소신은 밝힐 수 있는 분위기를 기대하는 건, 盧대통령이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을 기대하는 꼴과 다름 없다.
이런 상황에 정면으로 가다서면 'SBS 신문선 해설위원'처럼 되고만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그 민족주의 내에서 특정 지역에 대한 더러운 편견이 지속된다는 것이지요.
ReplyDelete그 웃기는 경향은 심지어 자칭 사해동포주의자들이나 하인즈 워드에 열광하는 인간들에게서도 가끔 보이더군요.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대작 영화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런 기류에 편승하려는 연예인들도 나오고. 갑자기 시계가 20세기 초반으로 돌아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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