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도전과 응전의 원리에 따라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데, 애시가 바로 그런 부류의 전형이다. 상대가 약하면 몰아붙이고, 상대가 저항하면 후퇴했다. 자신만의 견해나 취향은 갖지 않은 채 상대가 하는 대로 따랐다. 프로스펙트 바에 가면 맥주를 마시듯, 포트넘 카페에 가면 으레 차를 마셨다. 세이트제임스 공원에서는 군대 음악을 들었고, 콤프턴 가의 자하 카페에서는 재즈에 귀를 기울였다. 샤프빌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동정심으로 목소리가 떨렸고, 영국에 흑인 인구가 증가하는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분노로 목소리가 떨렸다. 눈에 띄게 수동적인 이 역할은 리머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리머스는 피터스가 탁자 위에 놓인 담배 상자에서 담배 한 개비를 집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두 가지를 알아차렸다. 하나는 피터스가 왼손잡이라는 것, 또 하나는 피터스가 또다시 담배를 거꾸로 물고 제조회사 이름이 새겨진 쪽에 먼저 불을 붙혔다는 것. 리머스는 그 몸짓이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피터스도 그와 마찬가지로 쫓긴 적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작가, 르카레는 오만하지 않았다. 나와 함께 사람과 사물과 상황을 관찰할 여유를 박탈하지 않았다, 많은 작가달은 어느 순간 스스로가 神이 되어 버린다. 난 이러한 전개법을 '몹시도' 좋아한다.
또한, 사실화를 보여주는 묘사와 절제된 감정적 표현은 이 소설이 그 제목과 주제가 담고 있는 메마른 인간의 흔들리는 시간을 잘 대변하고 있다.
그녀는 복도에 켜진 연푸른 불빛을 배경으로 그의 검은 윤곽밖에 분간할 수 없었지만, 당장 그를 알아보았다. 군살 하나 없는 날렵한 몸매, 깨끗한 뺨의 윤곽, 짧은 금발이 뒤쪽에서 비치는 불빛과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예상의 범위를 넘나들면서, 약간의 긴장과 흥미를 배치하여 속도감을 잃지 않았다. 주인공과 合一되었다가 주변 인물로 化하였다가 멀리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감정의 요동. 얕은 궁금증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그 때 그 곳에 나를 배치했다 이 오래된 소설이 지금의 나에게 8,000원짜리 허리웃 블럭버스터 영화보다 높은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이러한 것들 때문이었으리나, 비단 이 소설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르카레의 뛰어난 솜씨 뿐만 아니라, 번역가 김석희의 역할도 컸을 것이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Mr. Know 세계문학 8 | 원제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1963) 존 르 카레 (著), 김석희 (譯) | 열린책들 (刊
이게 열린 책들에서 다시 나왔군요.
ReplyDelete저희 집에는 1992년에 중쇄돼서 나온 해문출판사판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가 있답니다. 첫 출간일은 1989년으로 되어있군요. 아 감회가 새로워요.
나 이 책 읽고 싶어 한국어로... 선배야...
ReplyDelete윽... 거기... 거기... 까지... 보내어 주어야 하는 거야? 시내?
ReplyDeletenuncoo/ 해문출판사는 제가 어린 시절 (여러가지) 공작시리즈 책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추리소설의 대명사였죠. (아! 이 출판사 이름을 다시 듣다니) 책장을 살펴보니, '눈 속에 갇힌 스파이 - 매커크 소년 탐정단' 책이 있네요.
ReplyDelete아! 그리고 제 주위에서 이 책을 읽어봤다는 사람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