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17, 2010

내가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는 이유 - Jerry Royster

야구라는 것을 처음 관전한 것은 국민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구덕운동장에 갔을 때였다. 아마도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개막전 혹은, 연습경기였으리라.

사직구장을 처음가 본 것은, 어린이날 행사 때문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그 구장이 다목적 운동장이었다는 것과 관중석이 기계장치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난 그라운드에서 친구들과 무슨 행사에 참여했던 것 같다.

야구에 열광하기 시작한 때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부터였다. 주형광 · 진갑룡 · 염종석 - 후배 · 동기 · 선배이다. 선한 얼굴에 미소를 항상 잃지 않았던 (그라운드에 흩어져있던 연습구를 바구니에 일일이 담아내면서 웃었던 주형광, 그는 바로 지난 주에 대통령배 우승의 주역이었다 - 하지만 다시 2학년 생으로 돌아와서 선배의 공을 챙겼다) 그들. 봉황대기 그리고 대통령배까지 우승을 석권하던 그 해, 우리학교 야구부는 나의 학력고사보다 그 때 나에게 더 중요했다.

jerry royster95년 가을 야구를 보며 눈물을 글썽이었던 그때를 지나 - 선배 동기 후배가 많았다는 이유로 좋아하던 롯데 자이언츠는 내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역동적이지도 않았고 본받을 만한 정신으로 무장하지도 않았으며, 음주사건이 연일 보도되었고, 롯데 간판스타들의 쓸쓸한 이적, 특히 혹사당한 주형광과 염종석 선배의 어깨는 나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888로 시작되는 일곱자리 비밀번호는 결국 완전히 관심사에 밀어내기에 충분하였다. (겨우 기억해 낼 수 있는 건 '이대호와 여러 난쟁이'라는 비하 가득한 조롱뿐이다)

그런데, 제리 로이스터(Jerry Royster)가 왔다. 그가 오고 모든 것이 변했다.

외국인 감독이라는 것으로 눈길을 끌었던 그,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는 뭔가가 달랐다.

no fear, never give up!


jerry royster패배의식을 완전히 지웠으며, '꼴데'는 이제 비아냥이 아닌 지금의 훌륭함을 감사할 수 있는 거울같은 단어가 되었다. 국내 리그 어느 감독이 선수들과 크게 웃으며 승리를 자축하며 부등켜 안을 수 있는가? 그라운드에서 생기는 선수의 분쟁에 적극 개입하고, 선수의 좋은 경기에 덕아웃을 뛰듯 나와 제일 먼저 큰 웃음과 큰 박수로 반기며, 선수들의 연습공을 챙기고, 언어장벽 따윈 생각치도 않는다는 모습의 끝없는 대화와 토론 - 가끔 개그처럼 느껴지는 손짓 발짓과 가끔 육두문자를 내뱉으면서 까지 질타하고, 하지만 끝없이 선수들을 감싸 안으며 한 경기 한 경기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볼 수 없었던 '감독'의 모습이었다.

롯데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김민성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불러 트레이드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는 자기구단 운영팀이나 상대구단 운영팀에서 연락이 와 트레이드 사실을 알게 된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나도 6번 트레이드될 동안 별의별 연락을 다 받아봤다. 우리 팀 매니저로부터 통보받은 적도 있고, 다른 팀 운영팀에서 연락이 와 알기도 했다. 감독이 직접 불러 트레이드 경위를 설명한 기억은 거의 없다
[출처] ‘6번의 트레이드’ 최익성의 회한과 교훈 |작성자 박동희


성난 눈빛으로 선수들을 노려보기만 하며, 사소만 잘 못을 해도 2군을 당장 강등시켜 버리고, 뒷구석에 앉아 수첩에 무언가를 적거나 손짓으로만 그리고 코치들하고만 신호를 주고 받으며, 경기에 져버리면 뒤도 안 돌아보고 성질난 얼굴로 뒷문 열고 돌아서버리는 뒷방 노인네 모습이 아니었단 말이다.

[배지헌] 로이스터가 질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


jerry royster 김주찬 로이스터야구를 승부로 보지 않고, 인생으로 보는 한국리그 유일한 감독. 선수들 사이에서 '로이스터 감독이 연임되게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라는 말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

난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로이스터 감독이 있는 롯데 자이언츠 팬이다.

이제 나도, 투수의 四球 출루허용을 누구보다 싫어하고, 타자의 삼진과 병살타구를 무어라 하지 않는다. 수비수는 경우에 따라서 다양한 포지션에 배치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 눈 앞의 승수를 위해 선발이 혹사당한다면 침을 튀기며 화를 낼 것이다.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이후, 결국 말 뱉은 자들도 잘 못 말했다 싶을 정도의 음해에 시달렸다. 그리고 시즌이 막바지로 가고 있는 요즈음 언론에서는 적극적 흔들기를 하고 있다. 보지만 않을 뿐 실제하는 손이 거들고 있는지, 야구에 밥숟가락 올렸던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그에 대한 거부감에 그러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흔들기'가 한 번씩 느껴질 때 폐쇠적인 그들의 리그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로이스터 감독을 생각하게 된다.

롯데 자이언츠, 로이스터 감독이 있기에 이제 진정한 야구구단이 되었다. 이기기 위한 경기가 아니라, 팬들과 선수들과 함께 즐거운 경기를 하고 있다 - 그 속에서 그들은 승리를 찾는다.

팬으로서 난 그, 로이스터 감독을 아주 오랫동안 보고 싶다. 한국리그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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