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보다 더욱 관심있게 아픔을 쓸어낼 수 있는 부분은, 3차선 및 4차전에서 롯데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에 멈추어야 할 것이다.
차려놓은 밥상을 못 챙겨먹는 중심타선.
4차선 1회초. 무사 만루. 누가 봐도 대량득점 그리고 1회초. 기선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찬스였다.
이대호 스탠딩 삼진.
홍성흔 평범한 병살타.
이런 기회가 몇 번이고 있었지만 결과는 안타까웠다.
상하위 타선에서는 꾸준히 밥상을 차렸고, 그 기회는 중심타선으로 갔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한 달 넘은 변비가 대장에서 떡 버티고 있는 형국이었다.
수비요정에서 이전의 3루 터널로 돌아온 이대호의 모습과, 무절제한 스윙 그리고 주루사 불펜의 자신감 상실한 투구 – 이 모든 것이 만들어낸 결과 – 혹은 準PO 이전 전문가들이 지적한 롯데의 약점이 여실히 들어난 두 경기였다.
입시생 시절, 대입고사가 임박한 시점 한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 못하는 것을 잘하려 하지 말고,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라.
롯데는 약점을 그대로 노출하고 강점을 내세우지도 못했던 것이다. 더불어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지 못하였을 때 무너진 멘탈은 더 이상 지적하기도 힘들다. (중계를 보는 나도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4차전 9회말 테이블 세터들은 여전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립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특히, 주장 조성환과 스스로 살아나고 있는 가르시아 그리고 우리의 기대주 전준우.
팬들이여 이 즈음 돌아보자.
에이스 조정훈이 빠졌고 올해 복귀가 예상되었던 암흑기의 神, 손민한은 여전히 복귀가 불투명이다. 리그 최고의 유격수 자리를 다툴 박기혁은 과욕에 따른 부상으로 밴치를 지키고 있으며, 이대호는 발목부상 중 투혼을 발휘하려 고군분투 중이다. 홍성흥은 부상에 따른 긴 공백 속에서 이제 복귀했으며, 가르시아 또한 납득하기 힘든 징계로 인하여 17경기나 공백이 있었다.
완전히 주전이 무너진 상황에서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가을 야구를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극적 반전이었다. 3년 연속 準PO 진출만으로도 다른 구단의 KS 우승과 비견할 만하다. 거기에 우리는 적진에서 벌써 2승이나 하고 있지 않던가!
애드벌룬 사건으로 식빵곰에게 야유를 보낼 필요도 없고, 툭하면 나오는 로이스터 감독의 용병술을 테이블에 올려 안주삼을 필요도 없다. 잠시 천사를 하고 다시 펜을 부둥켜 안으며 작가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임경완 투수에게 욕을 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롯데 자이언츠는 지금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고 우리는 끝없는 찬사를 보내어야 한다.
이제 두산과 한 경기 남았다. 최선을 다하여 아쉬움 없는 경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이용균의 가을야구]③각성(Awakening)-준PO 3,4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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