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닷새째.
아! 신선배의 노력으로 같은 건물에 근무하며 한국인이며 나를 아는 사람이 포함된 무리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우리가 지난 번 지나쳤건 거리에 이렇게 멋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놀랐습니다. 이 도시, 싱가포르는 식도락과 쇼핑에 대한 무한한 자유가 부여되는 곳이라는 생각입니다. 코엑스 몰 같은 곳이 즐비합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종류의 음식과 물건이 혹시 이곳에 집중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론 지역화(Localization)라는 거르기(Filtering)은 분명 있습니다. 먹는 것 앞에서는 사진을 찍을 생각을 못 하는 습관은 달라지지 않더군요. 음식 사진은 없습니다.
체류일이 하루만 더 길었다면, 알코홀이 겯뜨려지는 저녁도 가능했으리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역시 글로 습득하는 낯선 곳의 정보는 현지생활을 하는 사람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주옥같은 정보를 귀로 글로 수집하고 우리는 악수를 나누고 뒤돌아 섰습니다.
사람이 좋은지 아닌지 함께 어울리면 괜찮을지 아닐지는 대체로 수초만에 판단이 된다고 합니다. 이 분들은 좋을 듯 했습니다. 이 도시에서 사는 이야기 · 세금 · 전반적인 치안상태 · 맛집 - 조금씩 이 도시에서 살게 된다면 여유와 풍요를 누닐 기회가 지금의 주소지보다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참 그리고 지역 커피도 맛을 봤습니다.
지역 커피는 보통명사처럼 다음과 같은 구분이 있었습니다.
Kopi, coffee
Kopi-gau, coffee (strong brew – "gau" is "厚" in Hokkien)
Kopi-po, coffee (weak brew – "po" is "薄" in Hokkien)
Kopi-C, coffee with evaporated milk
Kopi-C-kosong, coffee with evaporated milk and no sugar ('kosong" means empty in Malay)
Kopi-O, coffee with sugar only
Kopi-O-kosong, coffee without sugar or milk
Kopi-O-kosong-gau, a strong brew of coffee without sugar or milk
Kopi-bing or Kopi-ice, coffee with milk, sugar and ice
Kopi-xiu-dai, coffee with less sweetened milk
Kopi-gah-dai, coffee with extra sweetened milk
흥미롭기는 한데...
MRT는 기대보다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혼잡한 도심에서는 지하로 연결되고 외곽에서는 지상 교각 위를 달리는 설계입니다. 탑승하는 동안 주위 경치를 보는 것도 좋은 관광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안내표지도 잘 되어 있었으며, 복잡한 환승역에서는 안내원이 표지판 앞에서 길을 정확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 여기 정말 인건비가 어떻게 될까? 모든 언어는 공식어 세가지로 표기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대표 언어는 영어였습니다.
오늘 일정은 오전으로 끝났습니다. 자유시간. 현지생활자들은 백화점과 명품관의 지루한 연속의 큰 거리로 표현했으며, 먼저 다녀온 관광객들은 쇼핑의 신이 사는 멋지기 그지 없는 천국이라고 묘사한 Orchard Road가 오후 목적지였습니다. Somerset으로 향하는 MRT에서 신선배와 나는 노트북이 포함된 무거운 가방을 호텔에 모셔놓고 가벼운 발걸음을 유지하자는 의견을 동시에 내어 놓고 중간 Esplanade에서 내렸습니다. 인근에 묵고 있는 호텔이 있습니다.
그런데드디어 열대성 폭우를 만났습니다. 스콜이라고도 합니다. 몸이 움찔할 정도의 천둥 번개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비에 공포를 더 했습니다. 역에서 물어 물어 비를 맞지 않고 호텔로 들어왔습니다.
역시 연결 통로은 쇼핑몰. 여기 상점들은 여러가지로 신경 쓴 곳이 많습니다. 작은 곳에서도 후미진 곳에서도 관찰의 가치가 있는 디자인이 있습니다. 아! 꼭 위의 사진과 '가치 있는 디자인'이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 사진은 쇼핑몰 속 작은 서점의 광고판입니다. 재밌습니다.
이런 비는 한 시간 이상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정보가 뇌리에 스쳤지만, 믿을 게 못 되었습니다.
... 신선배는 긴장이 풀렸는지 입실 즉시(는 아니었지만 거의) 침대 위에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으며, 전 비를 야속해 하며 Google Maps와 Lonely Palnet을 교차 비교하며 몇 군데 찍어 놓은 목적지를 허비되는 시간에 맞게 조정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는 쓸 데 없이 충실한 준비는 여행의 참맛을 앗아간다고 저의 이러한 행위를 맹비난했지만,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할 분위기의 날씨 속에 멍하니 창 밖을 보는 것보다 가치있는 행위라고 믿었습니다.
비가 그쳤습니다. 신선배는 짐을 간추리기 위해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향했으며, 전 갓 그친 열대성 호우 직후의 느낌이 궁금하여 먼저 거리로 나섰습니다.
경험을 통한 지식이 참된 지식이라고 주장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많은 사람들은 꼭 그렇게 해야만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정치 경제 철학 - 물리 화학 - 우주생물학 원자력공학 - (범죄)심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책에 적힌 내용을 경험하기 위해 - 우주생물학은 어쩌라고! - 몸을 던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실증과 체험이 꼭 수행되어야 한다고 믿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기초지식 혹은 배경지식 그리고 보편화된 일반적인 결론으로 특수한 상황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느낌은, 우리 여름비가 그친 후와 다를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서둘러 나간 거리에서 서성이다가 신선배를 20여분 가량 기다렸습니다. 만다린어만 하는 아가씨와 인도출신으로 짐작되는 아주머니 그리고 웬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무리가 저에게 길을 물어 보았습니다. 이 도시에 사는 지리 밝은 아저씨로 보였나 봅니다. 세 번의 질문을 받고서는 시선을 사람이 없는 쪽으로 고정하기 위해 몸을 돌렸습니다.
가로수가 있는 화단은 선을 그은듯 구분되지 않아 좋습니다. 나무와 잔디는 항상 손질되는 모양새인 걸로 보아, 사람이 다니길 기대되는 곳과 식물이 삭막한 도시를 위해 임무를 수행하는 곳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싶지는 않은 듯 합니다.
오늘은 그간 나름 정이 들었던 택시와 멀리하고 지역체험을 위해 MRT를 이용했습니다. 목적지는 Orchard Road. Somerset역에서 Orchard Road를 따라 Orchard역까지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전차의 차량 사이 우리처럼 문을 만들지 않고 통로폭도 아주 넓었습니다. 전차의 폭도 무척 넓어 유사시 다수의 병력을 임의의 지점에서 특정 지점으로 신속히 수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 왜 했을까요? 아무튼, 객차 내 군복입은 분들이 처음 눈에 띄었습니다. 군복 깔끔했습니다.
Somerset역, 역시 쇼핑몰과 바로 연결되었습니다.
드디어 주관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Orchard Road, 과수원 길을 걸었습니다. 음, 유실수가 있다고 믿어지는 순간은, 하지만, 없었습니다. 그러나 (역접을 자주 쓰면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던데) 이미 세상을 작고하신 제가 아는 분들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것 같은 나무들이 즐비하였고, 거리는 차로의 폭에 맞먹는 거대한 인도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 심지어 새들이 날아다니며 지저귀기(twitter)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스마트 폰으로 트윗(지저김)을 남기지는 않더군요 -
이런식의 유머는 더 이상 감동도 재미도 남기질 않는군요.이 교차로는 책으로만 보던 유럽의 어느 거리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물론 책으로만 접하던 유럽이라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義安城으로 명명된 대명 건물 앞의 공간이 제일 컸습니다. 행위예술을 행하고 있는 사람이 한 분 계셨습니다. 신선배 시선은 대상에 고정하고 발걸음은 직진방향에서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세상 어디를 가든 만날 수 있는 값비싼 대량생산 공산품(이것을 사람들은 '명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아직), 루이비통 매장은 도체 몇개나 있는지 헤아리가 힘들었으며, 프라다도 최소 세군데 매장을 목격했습니다.
독특한 외관으로 치장해 놓은 매리어트 호텔 맞은 편에
ION Orchard라는 대형 쇼핑몰로 들어갔습니다. 그 지하에 MRT, Orchard역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긴 통로는 Evian 생수(bottled water) 광고가 거의 모든 곳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국제생수사업에 대하여 좋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광고는 광고일 뿐 - 그리고 이 광고는 잘 만들어진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써보고 싶었던 Windows 7 Phone을 만지작 거려봤습니다. LG Opimus 시리즈입니다. UI/UX와 조작반응(Interaction)성이 예술의 경지에 올라와 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인터페이스라고 말하고 싶습지만, 너무도 주관적입니다. 전 아주 미려하지 못 한 그림과 색을 사용하는 것보다 일관되고 가독성 높으며 아름다운 문자로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과 Windows 7 Phone은 일치하였습니다. 자칫 정신을 놓았다면 신용카드를 지갑에서 꺼낼 뻔했습니다. 그 시각 신선배는 (역시) 사과상점(Apple Store)에 가 있었더군요.
ION 한 바퀴를 꼼꼼히 살폈습니다. 저도 가끔 망각하는데, 건축학도였습니다. 이 건물 많이 마음에 듭니다. 선과 면 공간의 조화도 그러하고 외장재도 개성에 맞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문득, 계속 건축공부를 했더라면 지금 난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습니다. 생산적이지 못한 사고(思考)에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다시 지하 대공간으로 구성된 Orchard역을 기점으로 Clarke Quay로 향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는 건데, 다리근육의 통증과 발가락(그렇게 좋은 운동화를 신고도)에 잡힌 물집을 생각하면 택시를 탔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이 이후에도 걷기는 계속됩니다.
Clarke Quay역을 나와 (역시 쇼핑몰을 만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싱가포르 江을 찾아내었고, 점심식사를 같이 한 金팀장님의 강력한 추천에 따른 Jumbo 음식점을 찾아 나섰습니다 - 바로 찾았습니다. 신선배의 감동에 따르면 전 고도화된 GPS 같다고 합니다. 살짝 뿌듯합니다. Jumbo로 향하는 목적인 명백합니다. 저녁식사 - Chili Crab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방문했던 사람들의 초강력 추천도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식도락에서 최고의 가치였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정보에 金팀장님의 추천은 시속 200Km/h로 달리고 있는 스포츠카가 니트로를 주입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Jumbo는 珍寶라는 한자표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두 명칭 서로 잘 맞습니다. 위 사진은 Jumbo 앞의 - 주위의 - 풍경입니다. 음식점의 입구를 찾아 두리번 거리다가 미모의 호객꾼에게 걸려서 엉뚱한 음식점으로 들어갈 뻔했습니다. 하지만 중심을 다시 잡고 Jumbo에 진입, 예약을 했습니다. 앞으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속이 쓰려지는 느낌이 오기 직전의 허기였지만, 별점 5개를 주기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어쨌든 먹어야 했습니다.
아름다운 주위 풍경을 관찰하다가 도저히 앉지 않고서는 근육통을 해소할 수 없다는 신선배의 애절함에 노천 카페에서 맥주를 한 잔씩 했습니다. 적당한 안락함과 적절한 시간 보내기와 약간의 안주로 쓰려질 듯 한 위장들을 조금 달랬습니다. 알코홀이 겯뜨려져서 정신적 위안도 가능했는데, 덕분에 당시 많이 피곤하다는 신호를 무시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들왔습니다. Jumbo 진보 珍寶입니다.
천국의 맛이 따로 없었습니다. Jumbo 진보 珍寶입니다.
전 갑각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제가 맛있다고 난리를 부렸습니다.
이 도시에서 최고의 맛있었습니다. (너무 늦은 저녁 탓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멋진 식사에 크게 만족한 신선배와 전, 호텔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음식에 향정신성 조미료가 들어갔을까요? 이미 발가락들은 물집이 잡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다리근육은 약간의 경련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 걸어 갔습니다.
걸었습니다.
계속 걸었습니다.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가톨릭일까 기독교일까 근대식 종교건물을 보며 의견을 나누던 우리는 가톨릭에 몰표를 주었는데, 이 홍보판을 보면서 기독교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홍보였습니다. Chat with Jesus.
시청역을 스쳐지나갈 무렵 습관적으로 스타벅스에 들렀습니다. 24 Hours Open.
옆에 있는 맥도날드도 24 Hours Open.
영어권 사람들이 Singlish라고 부르는 지역화된 영어의 쓰임은 살짝 재미있어지려 합니다. Lonely Planet의 한 부분을 인용하면, 'Would you like a beer?'를 여기서는 'You wan beer or not?'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저의 경험을 나열하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현금만 받는 다는 의미로 'Onny Kash'라고 말합니다. 이미 소개를 하기도 했지만 택시기사가 그곳은 너무 멀어서 갈 수 없다는 표현으로 'Tu Fa, Tu Fa!'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카페인이 없는 음료(decaffeinated)가 있느냐고 물어 봤더니, 직전에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주문취소하며 'Don wan Kopi?'라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caffeinless, without caffeine, no caffeine - 응용은 계속되었지만... 녹차가 있고 - 라며 수 많은 茶 종류를 말하였습니다. 녹차에도 카페인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대화는 제가 끊었습니다. 저의 말하기에도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 저에게 영어는 2nd language일 뿐입니다. 점원도 그러할 것이고... 순간 생각을 했습니다. '카페인 = 커피'로 통용되는 것이 아닐까? 점원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점원 이미 지친 눈빛이었습니다. 지역 통념을 인지하지 못 한 저의 실수였을가요? 세계화된 점포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일반표현을 이해 못 한 점원의 부족함이었을까요?
기억해야 할 일정은 이제 없습니다.
내일이면 이제 정을 들 것 같은 이 도시를 떠나게 됩니다.
잘 자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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