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했던 하루 일정을 마치고, 많은 나라에서 온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상해 현지에 살고 있는 동료의 추천에 따라 상해요리를 하는 곳에서 만찬을 받게 되었는데, 그 정성이 미안하게도 내 입에서 전혀 맞지 않았다. 특히 어떤 과일 요리는 마치 자동차 엔진오일을 머금는 듯한 맛이 느껴졌는데, 중화권 동료들은 최상의 맛이라고 즐겼다.
맥시코에서 온 한 동료의 姓은 '꽃'이라는 뜻이었고, 유비와 같은 성을 쓰는 ‘劉’는 생각과 마음이 넓어보여 친하게 지내고 싶어졌다. ‘劉’는 훤칠한 키와 잘 생긴 외모에 미혼이기도 했다. 서울 사무실을 방문하면 사랑의 작대기라도 놓아주리라 – 라고 웃으며 농담을 건냈다. 상해에 근무하는 한 매니저는 마음씨 좋은 이웃 아저씨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날 이후에도 나와 마주하면 아주 반갑게 인사해 주어서 상해에 있는 내내 고마웠다.
마흔명 남짓한 그 모임에서 한국에서 온 사람은 나 뿐이었다. 사람들은 내 이름보다 ‘Korean Guy’로 나를 기억했다. 아, 중국 친구들은 ‘첸’이라고 나를 불렀다. ‘陳/陈’은 만다린어로 ‘첸’이라고 발음된다고 한다.
음식이 맞지 않았던 점, 비싼 요리를 갹출해서 비용을 내었던 점 – 만 제외하면 대체로 만족스러웠던 저녁식사였다. 이 ‘대체로’ 만족스럽던 그 저녁식사는 당연하게도 공복을 해결하지 못 하여,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려 커피 한 잔과 배이글을 사왔다. 상해의 스타벅스 가격은 우리의 그것보다 조금 비쌌다.
밤은 일찍 깊어갔고, 비는 계속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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