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게임도 흐름의 경기였다. 슬금슬금 주고받으며 웨이브를 만들다가 결정적으로 NC가 흐름의 주역이 될 수 없다고 선언을 받는 순간은 3회초 무사만루가 무산되었을 때였다. 그 순간은 매우 특이하여, 아무도 잘 못 한 선수가 없었고, 모두가 최선을 다 했으나, NC는 어떤 득점도 하지 못 했다. ‘운’, 운이었다. 롯데가 가진 ‘운’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롯데 쪽으로 돌려 놓았고,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았다.
3회초를 복기해 본다. 손시헌 안타(무사 1루), 김태군 안타(무사 1 3루), 박민우 4구(무사만루). 그리고 이종욱의 타석. 1구 볼을 보내고 멋지게 방망이를 휘둘어 보낸 타구는 1루수 박종윤에게 라인드라이브로 잡히고(1사) 바로 몸을 돌려 1루로 돌아가지 못 한 - 아니 아무 것도 하지 못 한 - 박민우를 태그(2사). 만루 이후 공 2개로 2아웃을 만든 송승준이 승리 투수가 되지 못 한다면 더 이상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순간이었다. 이종욱은 타석에서 두 발을 옮기기도 전에 종료된 상황에 멍하게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어 나온 나성범의 타석 - 난 대타라도 나오길 기대했지만 - 힘없이 1루수 박종윤에게 굴러가는 연습경기용 땅볼을 상납하면서 3회초 이닝 종료. 박종윤은 무사만루의 위기순간에 아웃카운트 3개 모두를 잡아내는 영광을 찾이했다.
선말 에릭은 멋진 투구를 보여주었다. 다만 6회말에 롯데의 타선에서 터진 연속 2루타에 점수를 내어 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릭은 평정을 되찾았고, 완투했다. 8이닝 4실점. 하지만, ‘운’이 방향을 조정한 경기의 흐름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에릭은 이 ‘운’의 문제에 대해서는 작년에 충분한 학습을 했다. 그리하여, 그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 멋진 투구를 또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성범은 이제 걱정할 단계를 넘어서서 조치를 해야할 단계까지 간 것 같다. 이제 최근 5경기 타율이 1할 밑이 되었다 - 0.056. 시즌 타율이 아직 0.354라는 건 그저 경이로운 뿐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나성범을 보면서 괜히 로이스터의 롯데 시절의 주전 유격수 박기혁이 생각난다. 국제경기에 발탁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나쁜 경기결과로 이어지어 연속 부상을 입었고, 결국 주전에서 제외되어 시간을 보내다가 일반병으로 군복무 - 이후 복귀했지만, 1군에서의 시간은 얼마 되지 못 하고 바로 2군으로 내려가 아직 그곳에 있다. 벌써 언제의 일인가.
나성범의 마음에 무엇이 들어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모르겠지만, 바닥을 모르는 타격저하는 득점 찬스에서 이닝을 끝내거나 병살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수비도 불안해서 팀을 구하는 순간에 팀을 오히려 회복할 수 없는 내상을 입게 만들기도 하였다.
나성범은 시간을 가지고 잠시 쉬는 게 어떨까 한다, 팀을 위해서라도 그 자신을 위해서라도.
박민우의 성실한 결과에 감탄해야 한다. 손시헌의 꾸준한 팀 공헌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 박민우와 손시헌이 연속되는 타순이었다면 - 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 두 선수는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빛나는 존재들이다. 지금처럼 부진의 늪에 허우적 거릴 때에 더욱 빛이 난다. 오늘 경기에는, 이호준의 홈런도 있었지만, 이호준은 한 번의 홈런을 만들어 내거나, 2연속 타석에서 성과가 없으면, 즉시 교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많은 것을 보여주기에는 최근 좋지 못 하고, 가끔 병살도 즐기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NC 다이노스 홈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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