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이겼다. 찰리는 역시 훌륭했고, 나머지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도 나쁘지는 않았다. 어제에 비하면 불펜은 노업 마린에서 스팀팩을 맞은 삼업 마린 같았다, 어제에 비하면.
초반에 리드를 이어 간 것은, 타선의 훌륭함이 아니라 한화의 어수룩함 때문이었다. 한화의 실책과 보크로 쉽게 NC는 경기를 풀어 갈 수 있었다. NC 스스로 쉬운 경기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다만 NC는 이 흐름을 매 이닝 타선에서 이어갔을 뿐이었다. 상대 선발 이태양으로부터 이런 결과이니 칭찬이 뒤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면, 아니다 - 라고 말하고 싶다. 한화의 유일한 에이스 이태양이 무너진 것은 한화 야수들과 이태양 스스로의 실책 탓이지 NC 타선이 무서워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테임즈의 승리를 약속하는 홈런도 있었고, 이호준의 연이은 홈런도 있었다. 나성범은 더 이상의 부진은 올 해 없다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고, 권희동은 무섭기까지 했다. 어떤 타자보다 오늘 훌륭했던 선수는 이종욱이었다. 그는 4안타 3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모든 멋진 기록들은 9회말, NC가 한화에게 끌려가면서 퇴색되었다. 이겼으나, 이긴 건 아니었다.
지난 유월부터 팬으로서 NC에게 어떤 기대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유월초까지의 분위기는 삼성과의 양강체제였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4강권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어쩌면 김경문 감독이 당초 목표로 삼았던 5할 성적에 만족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가을에도 야구를 하고, 가을에 하는 야구가 허무하게 끝나지 않으려면 1군 실전 경기에서 후보 선수를 시험하거나 훈련하는 일부터 삼가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 다 이긴 경기가 위기로 접어든다면 모든 선수들이 어떤 경기를 하더라도 ‘어쩌면 질 수 있는 경기’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것이다. 무엇보다, 프로선수단이 있는 목적인 ‘팬’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제발. 팬으로써 부끄럽고 허무하며 안타깝고 화가 난다.
(사진출처: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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