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순간, 손민한은 베테랑은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기도 했다. 3회말 3번째 타자, 박기혁의 강한 타구가 손민한의 왼쪽 허벅지를 강하게 때렸다. 하지만, 곧 바로 괜찮다는 싸인을 벤치로 보내었고 묵묵히 제 몫을 다했다. 그 다음 회까지 손민한은 마운드 지켜내었다. 호수비까지 보여주었다. 아프지 않을 리가 없는데,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그는 책임을 다 하는 그래서 자신의 몫을 해 내는 투수였다. 경기가 끝나갈 무렵, TV 중계 카메라가 잡은 벤치의 그의 얼굴은 매우 일그러져 있었고, 연신 안쪽 허벅지를 마사지 하고 있었다.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다만, 그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요즈음 스타 플레이어들에게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손민한의 마운드 운영은 단순하다. 타자가 칠 수 밖에 없는 공을 던지고, 타자는 그 유혹에 넘어가고, 야수는 그 유혹을 쓸어 담고, 결과적으로 상대 타자는 1루를 밟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공식에서 정말 중요한 건 내야수들의 수비 집중력인데, 다이노스의 내야는 이 공식을 종종 깨뜨린다.
모창민의 안이한 수비가 대량 실점의 시작이 되었고, 타석에서도 그는 성의가 없었다. 8득점이라는 전광판을 보면 그렇게 느슨해 지는 것이 그의 역할이라면 할 말 없지만, 다이노스의 팬들이 과연 용인해줄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이런 느슨하고 안이하여 마치 대한민국 공무원같은 자세는 지석훈에게도 나왔는데, 담장을 때려내는 장타를 쳐내고서도 조깅하듯 2루로 항하다가 태그 아웃되었다. 이런 모습 좋지 못 하다. 모창민 지석훈 조영훈 이호준처럼 느슨하고 안이한 자세를 취하는 고참에게 건전하고 직설적인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팀을 이끌어가는 선수는 나이 순이 아니라 실력 순이라는 그런 신호 말이다. 그리고 다이노스의 많은 팬들은 다이노스가 1군 데뷔 첫해에 보여준 고군분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며 지난 해 가을 야구가 왜 눈물이 맺힐 정도의 감동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다. 모두가 아니라고 단언할 때 그 편견을 깨어버리고, 승리를 위해 이를 악물고 전력질주하던 그 간절함에 박수를 보내고 함께 아파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박민우의 실책에는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고, 최재원의 도루 실패에도, 김성욱의 헛 스윙에도, 박광열의 당황하는 모습에도 괜찮다고 외칠 수 있다. 하지만, 고참에게는 단호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단호함에는 고참에게 돌아가는 몫을 젊은 선수들에게 주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손민한은 1,700 이닝을 소화했다. 역대 19번째이다.
장성우의 블러킹은 멋졌다. 김태군에게는 찾아 볼 수 없는 수준있는 모습이었다. 부러웠다.
아, 참, 이호준은 길고 길었던 아홉수를 어린 아이처럼 겪으며 팀을 어렵게 만들고 공격의 마침표를 찍어대다가 드디어 300호 홈런을 쳤다. 이호준은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정말 300 홈런을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루었다. 이호준은 그것 뿐이었다. 그는 여전히 1루로 전력질주하지 않았고, 타격에 집중하지도 않았다. 걸려들면 넘어가는 것이고, 아니면 돌아서는 이호준이다. 민훈기 기자가 표현한 ‘야구’라는 경기의 정의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평범을 통해 비범을 이루는 스포츠에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와이번즈 팬들이 붙여 준 별명, ‘로또’가 딱 어울린다. 다이노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 사진출처: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NC 다이노스 패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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