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기는 육상부와 야구부가 겨뤄 육상부가 이긴 이야기이다. NC 다이노스는 이종욱의 1-2루 사이에서 죽어버리는 한 번의 아픔을 5개의 도루로 달랬다. 좀 과하게 달랬다. 그리고 더블 스틸까지 완벽하게 이루어 내었다. 그리고 단순히 숫자로 기록되는 5개의 도루 이상의 가치를 득점 순간 타격 순간 마다 보여주었다.
이 경기는 6회가 끝날 때가지만 해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6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득점을 못 한 다이노스는 6회말 히어로즈에게 기회를 빼앗기며 1점차 추격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5회까지 근근히 버텨낸 이태양을 대신하여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민호와 최금강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 해 실점을 자초했다.
이 경기는 7회가 되면서 완전히 다른 경기가 되어 버렸다. 1번 박민우로부터 시작된 경기는 9번 용덕한을 거쳐 다시 박민우를 돌아 5번 이호준의 대주자로 1루를 밟았던 최재원까지 타석이 돌아왔다. 그리고 2루타 5개 포함, 총 10점을 다이노스가 가져가게 되었다. 이런 대재앙은 단순한 천적관계라든지 징크스라든지 하는 문제만은 아니었다. 분명 히어로즈는 다이노스를 만나면 운이 좋지 않다. 하지만, 그 운은 어쩌면 선수들이 만들어 내는지도 모를 일이다. 조상우와 마낙길은 너무 쉽게 다이노스 타석을 상대했고, 마치 이 경기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어 자신의 의지가 어떠하든 상관없다는 듯이 공을 던졌다. 5번의 2루타가 나온 이상한 7회초는 문성현에 의해 종료되었다.
이 경기에 외국 스카우터들이 왔다고 한다. 당연히 박병호를 보기 위해서 였겠다. 그런데 아무래도 에릭 테임즈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한다. 공-수-주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반면 박병호가 남긴 인상을 찾기 힘든 경기였다. 하지만, 그는 성공적으로 태평양을 건너갈 것이고, 그곳에서도 전설이 될 것이다.
이 경기에서 유일하게 아쉬워 했던 선발 출장 선수는 지석훈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심판 합의 판정에 의해 안타로 기록되었을 자신의 기록이 날아가는 것을 꾹 참고 지켜봐야만 했다.
멋진 경기는 아니었지만, 좋은 경기도 아니었지만, 흥미로운 경기이다.
리그에서 완벽한 천적관계가 성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넥센 히어로즈는 결코 쉬운 팀이 아님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사진출처: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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