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다음으로 나쁜 투수는 볼 넷으로 실점을 하는 유형이다. 오늘의 이민호가 그랬다. 그가 던진 공은 타자들이 잘 공략해 갔는데, 만루가 되더니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던 제구력을 완벽하게 잃어 버렸다. 마치 얻어 맞을 것이 두려워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1할 타율의 조인성이 볼 넷으로 출루하여 또 한 점을 실점했다. 밀어내기 볼 넷.
야구에서 그 다음으로 나쁜 투수는 불을 꺼라고 올려 놓으면 기름을 붓는 유형이다. 오늘의 임정호와 민성기가 그러했다. 사실 이 두 투수가 잘 못 한 건 없다. 기름을 부어라고 명 받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민호 뒤에 임정호와 임창민 뒤에 민성기의 조합은, 혹시나 타자들이 잘 해서 경기를 이기면 어떻게 하지? 라는 다이노스 벤치의 불안감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벤치는 말했다. 오늘 완전히 진다. 한화 이글스 화이팅!
원래 팀이 잘 되고 분위기 좋으면 선수들 탓이고, 그렇지 않으면 감독 탓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화 되어버린 다이노스의 라인업과 C팀에서 기회를 못 받고 있던 오정복이 트레이드 이후 리그를 지배할 외야수로 조명받는 일, 그리고 오늘처럼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과정과 예견된 결과는 팬들을 반즈음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경문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럽지 못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만약, 내년에 FA가 되는 김현수 마저 영입된다면 확실히 NC 다이노스를 떠날 팬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의 팬들이 NC 다이노스를 응원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지역연고' 따위로 계산되는 세월을 기반하지 않기 때문에 등을 돌리는 것도 쉽다. 나 또한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김현수는 팬심 유지 여부의 최대 팩터이다.
아무튼, 무사만루라는 엄청난 기회가 생겼음에도 나성범(병살 아니어서 다행)의 삽질, 테임즈(기대했으나)의 삼진, 이호준(당신이 타석에 나설 때 덕아웃의 선수들은 글러브를 챙겼다)의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내야 플라이볼로 이닝을 마쳤다. 이렇게 벤치와 선수들이 합심하여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최근 들어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글스를 패배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뒤로 하고 승리를 양보하는 모습은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호준의 타점과 홈런은 이럴 때에는 항상 터지지 않는 매직이 있다. 그래도 가끔 터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호준이 미친듯이 웃으며 출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어제도 오늘도 이호준은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었고, 그의 클러치 능력은 과대포장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그가 항상 2인자였던 이유를 다시금 보여주었다.
오늘 경기를 유심히 보면, 김태군에게는 보지 못 했던 기본을 용덕한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타자가 내야 땅볼을 치면 타자와 거의 동시에 1루를 향해 일어서 달린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1루에서 송구가 빠질 경우를 대비한 백업 플레이다. 아직 예단하기 이르지만, 분명 용덕한은 김태군보다 좋은 포수가 될 것이다. 그가 두산 베어스 출신이라는 점과 김경문 감독과 오래 함께 했다는 사실에, 팬들이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의 포구 하나 하나 타석 하나 하나를 있는 그대로 보지는 않겠지만.
이번 경기를 승부조작이라고 주장한다 하여도 아니라고 항변할 증거를 경기 중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왜 NC 다이노스는 이렇게도 이기기 싫어했을까? 어차피 하반기 들어가면 떨어질 성적 미리 연착륙 시켜 놓고 큰 파도와 같을 팬들의 원망을 무이자 할부로 듣고 싶었던 것일까?
* 사진출처: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 참, 에릭 테임즈는 20 20 달성했다, 오늘 도루를 추가했다.
* 1점차 패배라고 접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질질 끌려다니다가 누더기가 되어 끝난 경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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