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노스는 이미 1실점을 하고 있었고, 누가 안타를 쳤는지 확인할 무렵 테임즈는 도루에 실패했다. 그리고 경기는 계속되었다. 이미 부진의 늪에 허우적 거리던 이호준은 무언가 하기 시작했고, 부진의 늪에 안착하여 모두지 벗어나지 못 하던 김종호는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나성범은 기억을 더듬어도 딱히 어느 순간이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마치 거대 잠수함이 소리없이 수상으로 올라와 ICBM을 발사하듯 점점 높은 수준의 타격을 오늘도 이어가고 있었다. 손시헌은 그 동안의 비판과 질시에 담담하게 응답하듯 최근 성적이 조금씩 좋아지는데, 오늘 승리의 결정적인 3타점 2루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생일이라던 이민호는 ‘승’을 추가하면서 기억에 남을 날이 되었지만, 딱히 잘 하지 못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이재학처럼 정신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아마추어로 돌변하는 공을 던지지는 않았다. 역전을 당해도 홈런을 맞아도 남은 타석은 깔끔하게 잡아내는 기본기는 잃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의 공언대로 이민호와 콤비가 되어 선발출장은 용덕한은 NC 다이노스의 포수도 이 정도의 타격과 이 정도의 선구안은 있다고 보여주었다 - 2타수 2안타 1타점 2 사사구. 무엇보다 오늘 마운드의 백미는 최금강과 임창민의 투구였다.
최금강은 직전 이민호의 불안함을 해소해주는 깔끔한 두 이닝을 만들어 내었고, 임창민은 김진성의 가슴 졸이게 하는 피칭을 말끔히 해소시켜 주는 아웃카운트 4개를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금강은 이제 손꼽히는 미들맨이 되었고, 임창민을 제외하고 팀의 마지막 투수를 생각해내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도 김진성을 내리고 임창민을 빨리 등판시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 만큼 풀어 놓고도 제일 중요한 이야기는 아직 시작을 하지 못 했다.
지난 8월 6일 마산에서의 롯데戰에서 3루타 대신 홈런 2개를 만들며 한 시즌에 사이클링 히트[hitting for the cycle]이 두 번도 가능하겠다라는 짐작을 하게 한, 에릭 테임즈는 오늘 4타석만(6회초)에 또 한 번의 사이클링 히트[hitting for the cycle]을 완성해 내었다! 단타 홈런 3루타 2루타.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KBO 리그에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기록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늘 역대 14번째로 100타점 100득점도 이루어 내었다. 그리고 그의 오늘 성적은, 놀랍게도 - 5타수 5안타 2타점 3득점 1볼넷, 그는 원대한 기록을 만들어 낸 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출루하였고, 배트를 휘둘러 안타를 만들어 내었다. 바로 이점에 우리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기립박수를 보내어야 하고, 에릭 테임즈! 목이 쉬어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을 때까지 그의 이름을 연호(連呼)해야 한다.
난 에릭 테임즈, 그의 활약에 미친듯이 기뻤고, 나는 그처럼 성실하지 않음에, 나는 그와 같이 자신의 할 일에 충실하지 않음에 반성하게 되었다. 그는 충분히 본경받을 만하고, 그는 우리 야구역사에 영원토록 이름을 남길 것이다.
그리고, 박병호를 보러온 스카우터들이 에릭 테임즈를 더 유심히 볼 것만 같다. 하지만, 박병호는 분명 좋은 선수이고, 아마도 아주 성공적으로 태평양을 건너가 멋지게 빅 리그에 정착할 것 같다. 화면에 잡혔던 박병호와 에릭 테임즈의 짧았지만 환한 얼굴의 대화는 그들의 경쟁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서로 좋은 경쟁자를 만났다. 이 또한 인생의 축복일 것이다. 박병호는 오늘 2년 연속 40홈런을 기록했다.
* 사진출처: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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