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민우는 작년의 박민우와 달랐다.
박민우는 실책 바로 다음 이닝에서 선두 타자로 나와 안타를 치고 나가 홈으로 돌아왔다. 6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 이번 게임의 승리의 첨병이었다. 그는 성장했고, 그는 대담했으며, 그는 경기를 이끌었다. 두산이 만들어 낸 2회말의 분위기는 곧바로 이어진 3회초에서 완전히 뒤집혔다. 박민우가 성장한 것 이상 다이노스도 성장했다. 그리고 손민한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단 2실점. 1자책.
리그 최고령 10승 투수, 손민한에게 이번 승리는 놀랍게도 데뷔 첫 포스트 시즌 승리였다. 그에게 포스트 시즌에 등판할 기회도 많지 않았지만, 역전을 허용하고 경기를 내어준 기억이 남아있어, 팬들은 손민한을 큰 경기에 약한 투수 - 라고 낙인을 찍어두기도 했다. 국제경기 때도 실망스러웠으니까. 그러나, 이번 경기는 달랐다.
성장. 다이노스는 성장했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
징크스 때문인지 경기의 중요성 때문인지 1회에는 손민한 답지 못 한 승부를 펼쳤다. 주심의 좌우가 좁은 스트라이크 존에 애를 먹으며 어려워 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승부를 쉽게 걸지 못 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1회보다 2회가 좋았고, 2회보다 3회가 좋았고,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간 6회까지 이름값이 맞는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이어 마운드에 선 이민호. 손민한 + 이민호는 예상하던 순서. 손민한의 관록이 위기를 극복하며 5회를 채워내었다면, 이민호의 거침없는 투구와 배짱으로 만들어 낸 그 다음은 그가 만들어낸 삼진처럼 후련했다. 부산고 선후배. 고등학생 이민호의 우상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의 손민한. 나란히 이어 던진 포스트 시즌 마운드. NC 다이노스의 같은 선수, 같은 투수.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내 마음이 기뻤고, 아련했고, 이유없이 코끝이 찡했다.
잠실의 원정석을 가득 메운 팬들. 그들이 고마웠다. |
기대받던 고참들도 제 몫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수행하였다, 괴물 테임즈는 3타수 3안타 2볼넷 1타점 3득점 1도루로 두산 베어스 마운드를 두렵게 만들었고, 나성범 이호준 손시헌도 깨어났다. 포스트시즌이 너무도 낯설 것만 같은 젊은 백업 선수들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제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노검사 노진혁의 2런과 최재원의 홈런은 짜릿하기 까지 했다. 이번 경기에서 5회(이종욱 손시헌 지석훈 타순)를 제외하고 매 이닝 출루했고, 두산의 마운드와 야수들을 긴장시켰다. 16득점 19안타 1실책 8사사구.
* 사진출처: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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