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를 봤다.
엄청나게 아름다운 장면에 거의 압도되었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이후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김민희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배우인지 여실히 들어낸 영화였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재밌다.
아가씨를 봤다.
너무도 친절해진 감독은 ‘박찬욱, 박찬욱’을 살짝 감추는 대신 불필요하게 친절해진 면이 있었다. 그렇다, 조금 지루했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그의 영화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박쥐’ 뒤로 이 영화로 놓을 수도 있겠다. ‘아가씨’와 경쟁해야 하는 영화는 ‘복수는 나의 것’이다.
아가씨는 멋진 영화였다.
연출도 대사 한 마디도 컷과 컷 사이 스쳐지나 가는 백작의 말아 피운 담배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불필요하게 배치한 장치 하나 없이, 작고 큰 의미가 가득한 멋진 영화였다. 그 멋진 부분들 사이를 가장 아름답게 채워낸 것은 김민희의 연기였다. ‘화차’ 이후 그녀는 우리 영화사에 이름을 남길 준비를 마쳤고, 아가씨는 아주 오랫동안 김민희라는 이름과 함께 분명 언급될 것이다.
난 영화를 보기 위해서 책을 먼저 읽으려고 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팟캐스트, ‘빨간책방'의 ‘핑거 스미스’ 편도 아직 듣지 않았다. 책을 모두 읽고 영화 보고 팟캐스트를 들으려 했다. 하지만, 책은 다 읽지 못 했고, 영화를 봤다 - 이번이 아니면 극장에서 못 볼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혹은 내가 너무 게으른 나머지 완독하지 못 할 것만 같았다. 원작 모두를 읽지는 못 했지만, 영화는 참 원작을 잘 각색했다는 생각을 했다. 간결하게 필요한 부분을 적절히 가져와 재가공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일제강점기로 시대를 이동시킨 것부터 일어와 국어의 혼용, 숙희 · 옥자 · 타마코 그리고 각 인물의 처한 현실까지 과감한 각색과 연출을 행한 박찬욱의 승리였다. 그래서 난 박수.
참, 봉준호 감독의 다음 영화는 '옥자'이며 내년 초에는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출처: 영화 아가씨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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