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 나는 의외성에 기대를 하지 않게 되고, 눈 앞에 작은 이익들이 뿌려대는 빵부스러기를 줍다보니 여기까지 와 버렸다. 이것을 선배들은 성실이라고 불렀고, 이것을 어른들은 옳은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항상 뒤에 이런 말을 부쳤다 - 인생 별 거 없어.
재미라고는 모니터 속에서나 찾아야 하는 별 것 없는 인생이 '옳은 일'의 결과라니 참으로 한탄 스럽지만 이렇게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는 아들이 장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으니 실패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도 될 것인가? 이제 내 삶에서의 의외성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골똘히 만들어 내고 있는 개인화 추천 시스템이 낮은 확률로 내 취향에 어긋나거나 의도된 실패에 기대어야 만 얻을 수 있다. 고작 이렇게 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게 만난 노래가, 김수영의 커버곡, Cheek to Cheek이었다. 나 거의 외웠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가 되어 버린 곡, Better / 더 나은 사람.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울적하고 어깨가 너무 무거워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을 때, 또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 곡을 찾게 된다. 가사도 음조도 그렇게 그런 상황과 맞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냥 이 가수의 목소리에서 위로를 얻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가수 김수영은,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사람과 동명이인이다, 詩人 김수영. 감독 이윤기와 번역가 이윤기도 그러하다. 그래서 가수 김수영을 바로 기억할 수 있었고, 감독 이윤기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더 나은 사람'이 마음이 들었다면, 그녀의 커버 곡 '시간아 천천히'도 듣기를 바란다. 난 이 곡이 원곡이면 좋겠다.
사람에게 시간이 없는 건, 실상 시간이 없을 확률보다 다른 것에 마음을 쓸 여유가 없어 그런 것일 수 있다. 내가 그랬다, 지난 가을부터 지금까지. 오늘도 '더 나은 사람'을 들었다. 동호대교를 건너며.
ReplyDelete안녕하세요 혹시 수영님 펜카페에 글을 공유해도 될까요?
ReplyDelete네! 저 수영님의 (진심) 팬입니다! 공유해 주시면 영광이겠어요. 회신 늦게 드려서 죄송해요, 제가 알림을 받지 못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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