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최근 몇 년 산 책들은 만족도가 상당히 낮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온라인 주문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어쩌면 요즈음의 새로운 정보와 어떤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는 - 사람들이 '통찰'이라는 단어를 쓰던데 이 단어는 너무 거대해 보인다 - 독서 경험은 이제 '출판사'를 통하여 세상에 소개되는 유무형의 '책'이 아니라, 온라인 네트워크의 구석에 파편화 되어 널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넷 로칼리티' 원제, 'Net Locality'인 이 책은 표지에 걸려있는 문장처럼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위치는 왜 중요한가?'라는 이제는 의미없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위치정보가 왜 중요한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 그 '질문'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그래서', 혹은 '앞으로', 그러니까 '우리는' 등의 (그 놈의) '통찰'을 기대했다. 아니다, 이 책은 그 다지 새롭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주제에 대한 주변 정보를 엮는데까지만 힘을 쏟았다.
간단히 말해 이 책은 대학에서 교원들에게 요구하는 '성과'를 적당히 채워 넣기에 적절한 수준의 책이었다. 그리고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를 당황하게 했던 - 우리 모두의 기억에서 아득히 멀어져 있어 끄집어 내는데 몇 초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 Geocities를 예를 든 순간 부터, 마지막 쪽에서 '20년'이라는 언급이 있는 곳까지 어느 하나 새로운 것이 없었다. 거의 모든 예시들이 대략 10년 전 혹은 그 이전의 시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서 검색해 보았다, 원서가 2011년에 출간되었더라. 10년이나 된, 기술을 기반한 책을 이제와 번역하여 시장에 내어놓는 건 좋은 행위라고 할 수 없다.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은 2020년 10월에 출간되었다, 그래서 기대했던 것이 있었다. (이 책을 구매한 것도 지난 겨울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내가 판단을 잘 못 했던 것이었다. 검색엔진에 원서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넣어 봤어야 했다.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했는데, 특히 직역에 가까운 번역은 독서를 많이 방해했다. 그리고, 역자의 전문 지식도 부족해 보였는데, 'Great Firewall of China (防火長城, 만리방화벽)'을 '중국의 위대한 방화벽'이라고 번역한 지점에서는 실망스러운 책 내용 탓에 지루해 하던 난 뜻하지 않게 웃을 수 있었다.
아무쪼록, 원서의 저자나 번역서의 역자나 대학에서 요구하는 성과를 이 책으로 충분히 만족시켰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걸 출간하여 나처럼 뜻하지 않은 사람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을 만들지 않기 바란다.
서명: 넷 로칼리티
원제: Net Locality
저자: Eric Gordan, Adriana de Souza e Silva
역자: 권상희, 차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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