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18, 2024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 / Creating Short Fiction
데이먼 나이트 / Damon Knight 



유명한 책이고, 유명한 것은 사람을 불러모은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고, 살까 말까 고민을 반복하다가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읽을 요량으로 구매했다. 2018년 상반기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손에 넣은 날 마지막까지 다 읽어 버렸다. 출장 때 읽을 책을 따로 찾아야 했다.

이 책을 그렇게 빨리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용이 새롭거나 감명을 주거나 무릎을 치거나 소리내 ‘아!’ 외치거나 할 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을 때의 속도는 시각 정보로 받아들이게 되는 문자들로 의미를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기억과 대조하고 추론하고 어떤 다른 것과 견주어 보고 판단하는 등의 연계된 사고들의 속도에 좌우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복잡한 사고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중등교육 과정에 있는 ‘국어’와 ‘문학’이라는 교과에서 상당 부분 이미 접했던 것들이고, 늘 책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짓는 방법’, 혹은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야기인가?’라고 물어봤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뿐이었다.

이 책을 사서 읽을지 말지 판단하고 싶다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인지 여부를 가늠하고 싶다면, ‘2-10, 소설이란 무엇인가’ 챕터를 읽어보기 권한다. 

이 책은 전설에 가까운 책이다. 작가도 그렇고, 이 책의 생명력을 엿봐도 그렇다. 좋은 책은 좋은 다른 모든 것들과 다름없이 오래 살아 남는다. 신해철이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을 때, 청취자가 ‘어떤 음반을 들으면 되느냐?’ 라는 우문에, ‘오래된 밴드의 음반 중에 지금 살 수 있는 것을 들어라’ 고 현답을 한 일이 있다. 같은 의미로 이 책의 가치를 말하고 싶다.

이 책이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순간은, 막연한 동경으로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펜을 들고 빈 공책을,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 놓고 워드프로세서의 빈 화면을 바라만 보고 있는 누군가에게 주어졌을 때일 것이다. 그리고 습작을 매우 오랜 시간동안 해 왔음에도 이야기를 꾸려가는 실력에 발전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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