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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arch 21, 2016

어쩌다 그 집 - 비수구미

요즈음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나물을 주음식으로 차려놓는 집이다. 간판에는 ‘100% 국내산 산나물 정식 비수구미’라고 적혀 있다. 여기를 찾은 건 약간의 우연이었는데, 내 나이 즈음 된 사내가 한 번 꿈을 꿔 본다는 ‘내 집 짓기’를 나도 헛되이 꾸다가 허기져 만난 곳이다. 이 집이 위치한 고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단독주택들이 전원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있다. 아무튼,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세상에 이 보다 맛있는 밥은 없었다. 물론, 엄청난 허기가 한 몫 했다는 것을 다음 방문 때 알게 되었다.

강원도 비수구미(이 이름은 지명이다) 즈음 어디에 본점이 있다고 들었고, 용인시 고기리(행정구역은 고기동이지만, 입에 붙은 건 고기리이기에 - 동네 사람들도 고기동이라고 흔히 말하지 않는다)에 있는 집은 분점이라고 한다. 가끔 종원원들 중 한 두 명 결원이 생기는지 어떤 날은 일하는 사람이 적어서 사장으로 보이는 분도 음식 나르는 일에 뛰어드는데 영 익숙치가 않아서 허둥대는 모양을 양해해 주어야 한다. 그 분 마음 쓰시는 것 보면 좋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이 집의 특징은 식당 가운데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여러 개 모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손을 닦는 용도의 수건도 아주 많이 마련되어 있다, 한 번 사용하고 옆에 모으는 통에 넣으면 된다. 이런 대중 음식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 하루 중 내가 가장 많은 하는 단일 행동이 손을 씻는 일인데 정말 세면대만 보아도 난 이 집을 세상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산나물들은 고유의 향이 사라지지 않도록 잘 마련되어 식탁 위에 올라온다. 그리고 각 산나물 마다 전분으로 만든 이쑤시개에 종이 인쇄된 작은 이름표를 깃발처럼 달아서 지금 젓가락이 가려는 그곳의 산나물 이름을 정확히 알려주는 특이함도 있다. 된장과 청국장 중간 어디 즈음에 위치한 맛을 가진 ‘청국장’도 함께 나오고 청어로 기억되는 구운 생선도 하나 따라 나온다. 구운 생선은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이 생선 탓에 식탁에서 생선 비린내가 조금 나는 편이고, 공기 중에도 생선 구울 때 퍼져나가는 냄새가 틈틈이 박혀 있다. 기타 갖가지 반찬들이 함께 나오는데, 산나물 정식에 딱 들어맞는 조합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 어디에 가도 그런 일은 잘 없기에 이 집의 구성은 훌륭하다 말할 수 있다. 콘 샐러드가 안 나오는 게 어디인가!

산나물 정식의 가격은 (아마도) 1인분에 15,000원.
그리고 차림표에는 제육볶음부터 ‘산나물 정식’에 전혀 걸맞지 않은 어린이 돈까스까지 정말 다양한 차림이 준비되어 있음에 매우 놀랄 수도 있다. 난, 이 집을 여러 해 동안 여러 번 방문했지만, 언제나 산나물 정식이었다.

고기리를 관통하는 마을 버스를 (굳이) 타고 이 집을 찾아갈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가 운전을 해서 갈 것이다. 주차장은 광활하여 걱정이 없는데 고기리 입구에서부터 이 집까지 오는 길이 참으로 험난하다. 평화롭던 고기리도 이젠 그렇지 않아서, 주말에는 아주 좁은 길에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자가운전자들이 서로 미친듯이 대가리를 들이미는 탓에 온 동네의 하나 밖에 없는 도로가 마비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다. 이런 꼴사나운 광경을 보고 싶지 않거나, 이런 상황이 되면 대가리 들이밀기를 무의식적으로 하는 운전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차라리 이른 점심을 목표로 얼른 가서 신속히 먹고 평화로운 동네가 지옥으로 변하기 전에 탈출하는 것이 좋겠다. 참, 평일에 가면 한가한 주부들의 여러 무리 사이에서 청각 피로를 이겨내며 맛을 음미해야 한다는 (높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